Wondy.
·부동산·19 min read·원디(Wondy)

집단대출 총량규제에서 잔금대출만 빠진다면, 중도금은 어떻게 되나

집단대출은 이주비, 중도금, 잔금 세 가지예요. 이번에 풀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잔금뿐이고 중도금은 현행 유지 전망입니다. 전세대출은 반대로 보증비율을 80%에서 70%로 낮추는 안이 거론돼요. 무엇이 갈리는지 정리했습니다.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는 8월 18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2,178가구짜리 단지예요. 하나은행이 이 단지에 배정한 잔금대출 500억원은 접수를 시작한 지 3분 만에 동났습니다. KB국민은행은 한도 100억원에 "15가구만 접수"라고 안내했고요. 단지 전체에 필요한 잔금대출이 1조원쯤인데, 집단대출을 취급하는 은행과 상호금융 9곳의 한도를 다 합쳐도 필요액의 10%가 안 됩니다.

그래서 정부가 집단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빼주는 안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7월 30일에 금융 대책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오후 1시까지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는 관련 내용이 없었습니다. 발표가 8월 초로 밀리는 분위기라는 관측도 나오고요. 아래 내용은 확정된 제도가 아니라 언론이 전한 유력안이라고 보고 읽어주세요.

기사 제목만 훑으면 집단대출이 통째로 풀리는 것처럼 읽히는데, 본문을 뜯어보면 풀린다는 건 잔금 하나예요.

집단대출이 뭔가요

조건이 같은 여러 사람을 한 번에 묶어서 심사하고 승인해주는 대출이에요. 같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나 같은 재개발 구역 조합원처럼요. 개인이 은행에 찾아가 따로 심사받는 주택담보대출과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KB국민은행 경제용어사전). 그리고 이 안에 성격이 다른 세 가지가 들어 있어요.

종류언제 받나요누가무엇에 쓰나요
이주비대출재개발·재건축 착공 전조합원살던 집을 비우고 나가 있는 동안 지낼 집을 구하는 돈
중도금대출분양 계약 후 완공까지 (보통 1~2년)분양 계약자나눠 내는 분양대금
잔금대출입주할 때입주 예정자마지막 잔금. 실행되면 중도금대출은 자동으로 갚아져요

분양대금은 보통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으로 나눠 냅니다. 상품마다 다르니 계약서를 봐야 해요.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건 세 대출이 이어달리기라는 점입니다. 잔금대출이 실행되면서 중도금대출을 갚아버리는 구조라, 마지막 주자가 안 나타나면 앞 주자가 트랙에 그대로 남아요.

잔금대출이 안 나오면 어떻게 되나요

중도금대출이 그대로 남습니다. 갈아탈 대출이 없으니 입주는 못 하는데 중도금 이자는 계속 나가고, 입주 기간을 넘기면 연체이자와 관리비까지 붙어요. 평택 브레인시티 로제비앙&엘가 더퍼스트(1,700가구)는 대출이 가능한 가구가 전체의 20% 수준이라고 합니다.

한 단지 문제가 아니에요. 8월부터 연말까지 입주 예정인 아파트가 116개 단지 7만2,907가구고(한국부동산원), 세대당 3억원으로 잡으면 22조원쯤 필요하다는 게 언론 추산입니다. 당국은 하반기 7만 세대에 26조원으로 봐요. 반면 5대 은행이 올해 늘리겠다고 당국에 낸 가계대출 목표는 4조3,300억원인데, 7월 23일 기준으로 이미 4조5,637억원이 늘어 목표를 2,337억원 넘겼습니다. 은행 창구에서 "한도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산수가 이거예요.

7월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한 입주 예정자가 대통령 앞에서 이 얘기를 직접 꺼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분양이) 확정된 건데 사후에 (대출) 정책 변경을 하면 어쩌란 말이냐는 지적이 꽤 있다"고 답했어요. 닷새 뒤 금융위원회가 5대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모았고, 그 회의 안건이 잔금대출을 총량규제에서 빼는 방안이었습니다.

총량규제에서 빠지면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나요

빠진다고 대출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총량규제는 은행이 1년 동안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총액에 상한을 두는 규제입니다. 올해 목표 증가율이 1.5%고요. 올해 하반기에 대출 셧다운이라는 말이 돌았던 것도 이 규제 때문이에요. 여기서 잔금대출을 빼주면 은행 쪽 칸막이가 하나 열리는데, 개인을 보는 심사는 하나도 안 바뀝니다.

작년 10월 15일 대책으로 정해진 것들이 그대로 살아 있어요. 규제지역 LTV 40%,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집값 15억원 이하 6억원·15~25억원 4억원·25억원 초과 2억원, 스트레스금리 하한 3.0%. 스트레스금리는 쉽게 말하면 앞으로 금리가 오를 수 있으니 미리 얹어서 계산해두는 금리인데, 이게 붙으면 같은 소득으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듭니다. DSR도 그대로고요. 입주 잔금을 앞두고 한도가 어디서 깎이는지는 입주자금 대출한도 계산에 정리해뒀어요. 총량 걱정을 덜었다고 은행 자기 자금과 리스크 한도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팰루시드에서 금융사 9곳이 내놓은 한도가 각각 50억원에서 500억원이었던 게 그 현실이에요.

그래서 지금 정해진 건 뭔가요

잔금 하나만 방향이 잡혔고 나머지는 아직입니다. 보도된 문장을 그대로 옮겨서 확정도를 비교해봤어요.

항목검토 방향지금 상태 (보도 원문)
잔금대출은행별 총량 관리 실적에서 제외"제외하기로 했다"(머니투데이 단독) / "제외되는 것이 유력"(헤럴드경제)
중도금대출현행 수준으로 계속 관리"은행권이 총량에 선반영하고 있어 현행 수준의 관리가 이뤄질 전망"
이주비대출미정"구체적인 방향을 확정하지는 않았다"(7월 28일 회의)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총량에서 제외하거나 별도 한도"검토" 단계
보금자리론 주택가격 기준6억원 → 9억원 완화"검토 중"

표에서 눈여겨볼 자리는 이주비예요. 재개발·재건축은 조합원이 집을 비워야 철거하고 착공하는데, 그 돈이 이주비대출입니다. 여기가 안 풀리면 정비사업 쪽 병목은 그대로 남아요.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재개발·재건축에서 결국 이주를 나가야 철거를 진행하고 빠르게 착공할 수 있는데"라며 같은 지점을 짚었습니다.

같은 대책 안에서 전세대출은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80%에서 70%로 더 내리고, 비거주 1주택자(집이 있는데 거기 안 살면서 전세를 얻는 경우)의 신규 보증을 제한하는 안이 거론돼요.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9일 "전세대출이 집값 폭등의 주원인이 되는데 이제는 조정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언론은 이 구도를 이중 트랙이라고 부릅니다. 실수요는 풀고 갭투자 자금원은 죄는 건데, 총량 목표 1.5%를 그대로 둔 채 한쪽을 열면 다른 쪽을 닫아야 하는 산수이기도 하고요. 전세대출 한도가 왜 생각보다 적게 나오는지는 전세대출 한도 계산에 따로 정리해뒀어요.

이걸 완화라고 읽어도 될까요

원디는 완화라기보다 죄어둔 것 안에 구멍 하나를 내는 일에 가깝다고 봅니다.

정부가 스스로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총량규제 등 기존 기조는 유지하지만 실수요자·서민·청년 등 애로가 있는 부분은 핀셋 지원을 통해 해소해 나가려 하고 있다"고 했고, "정책을 전환한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잔금대출이 막힌 이유도 규제 탓이 아니라 "은행들이 총량 관리를 더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했어요. 이 설명대로면 정부가 규제를 푸는 게 아니라 은행 운용을 바로잡는 것이 되고, 목표 1.5%는 손댈 이유가 없어집니다.

풀리는 범위도 좁습니다. 잔금 하나고, 중도금은 지금처럼, 이주비는 미정이에요. 게다가 이 예외는 집단으로 묶인 신축 분양자에게 갑니다. 구축 아파트를 개인으로 사면서 잔금을 치러야 하는 사람은 총량 안에 그대로 남아요. 국민일보가 "민원이 모이면 풀리고, 혼자면 막힌다"고 쓴 게 이 대목입니다. 예외가 늘어날수록 총량관리를 왜 하냐는 지적도 같이 커지고 있고요.

기사 제목과 본문이 다르다는 것도 짚어둘게요. "잔금대출 총량규제 풀었다", "은행 총량 넘어도 잔금대출 가능해진다" 같은 제목 아래 본문은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수립될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8월 입주를 앞두고 계신다면 제목 말고 은행에 직접 물어보시는 게 빨라요. 확인할 건 우리 단지에 어느 은행이 얼마를 배정했는지, 접수 일정이 언제이고 선착순인지, 내 DSR로 그 금액이 실제로 나오는지입니다. 발표가 나와도 열리는 건 잔금 한 칸이라, 중도금이나 이주비까지 기대하고 계셨다면 지금은 조금 접어두시는 편이 마음 편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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